트위터 썰 백업 이벤트 스토리 요만화경 공허한 속죄 관련(210512~)
* 요만화경 공허한 속죄 관련
* 유키모모
* 사망소재 주의
* 스포일러 주의
* 저속한 표현 주의
전에 쓰던 텐구우타 지인한테 썰풀 다가 내가 이러려고 님한테 이벤스 보여준 줄 알아여?? 혼났..... 왜 혼났냐면 엔딩에 우타가 죽고 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텐구가 우타 시신을 강시 비슷한 걸로 만들어서 하인처럼 부리거든요. 그걸로 섹스도 하고.. 그래도 마음에 공허함을 채울 수가 없었는데. 그런 텐구에게 구미호가 한마디 합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텐구는 우타의 환생을 찾으러 다니는데. 설정상 이름을 잃어버린 자(육신)는 저승도 못 가고(환생? 당연히 못함) 구천을 떠돌게 됩니다. 우타의 영혼은 궃천을 떠돌다 못해 요괴나나 차원에서 사라지고. 깊은 후회를 하면서 차원을 넘나드는 텐구의 대활극....인줄 알았는데 고생길의 서막이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우타(모모)의 환생체를 발견했지만 놓쳤고(단마카 세계) 겨우 우타가 있는 차원을 발견했는데 그곳이 유키모모의 차원이었습니다..
우타는 아니지만 우타와 영혼의 색이 비슷한 모모를 만나 기뻤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자신이 있어 차원이 뒤틀리고 텐구는 모모(우타)가 있는 세계를 위해 사라지는 걸 택한 그런 걸... 말했더니
“오, 카사네잖아.”
라멘 쿠즈노하에서 우타를 만날 가능성은 몇 %일까. 거의 99.9%가 아닐까. 카사네는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여간 귀찮은 사내다 싶어서. 지금은 같은 계급이라고는 하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사-에 가까운-였는데 너무 허물없이 대하는 건 아닌지. 반갑다고 등을 계속 치는 그만했으면 싶었다. 쿠즈노하의 주인인 구미호가 먼지가 날린다며 우타를 쏘아보지 않았다면, 오늘 카사네의 등짝은 넝마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
우타가 멋대로 주문한 유부가 고명으로 올라간 라면이 나왔다. 아무리 우타가 산다고 했지만, 라면이라고 하면 차슈랑 반숙 계란이 들어간 돈코츠가 아냐? 카사네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갑자기 온 몸이 서늘해졌다. 고개를 들어 구미호를 보니 구미호의 금빛 눈동자 안에 자리 잡은 검은 동공이 불길한 빛을 띠고 있었다. 카사네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구미호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까마득하게 높은 존재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미즈치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미즈치가 경외라면 구미호는-
“여우 하면 유부잖아.”
우타가 맥 빠지는 소리를 했다.
“역시 쿠즈노하의 유부는 맛있네. 어디서나 맛볼 수 없는 맛이야.”
주방에서 에헴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카마이다치일 것이다. 압박이 사라진 것도 그와 동시였다. 촤악. 구미호는 부채를 펼쳐 얼굴을 가렸다. 부채질할 때마다 보이는 눈은 여전히 못마땅해 보였지만.
***
“깜짝 놀랐다.... 카사네~ 조심하라구 구미호는 자신의 라면에 대한 자부심은 꼬리만큼이나 어마어마하니까~”
“그런 사람이 오번승부에서 구미호의 꼬리를 건드렸어?”
“윽.... 그것은........”
우타가 말끝을 흐렸다. 카라스텐구와 있었던 일을 폭로 당할 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밤길이 어두운 탓에 그때의 우타 얼굴과 지금 우타의 얼굴이 같은지는 모를 일이다. 달빛이 우타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우타는 넉살 좋은 웃음을 흘리며 카사네의 어깨를 두드렸다. 같은 일을 벌였다고 선배행세를 하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조심하라구. 아무리 친숙해 보여도 요괴는 요괴니까.”
“그건 실감하고 있어. 광견.”
“그래.. 그....”
구미호와 다른 서늘한 감각이 카사네의 목에 닿았다. 구미호가 요기였다면 우타는 검날이었다. 카사네는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어두웠다지만 검을 빼는 줄도 몰랐다니. 그래도 도중의 제 2번대 대장이었는데,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아무리 종이 한 장 정도의 간격이 있어도 목 가까이 검이 있는 건 꺼림칙했기에 손끝으로 밀어냈다. 다행히도 우타는 검을 거두었다. 검을 꺼낼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검을 집어 넣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카사네는 우타의 검날이 아직도 자기 목에 닿아 있을 거라 착각했을 정도다.
“미안, 예전 별명을 들어서 나도 모르게... 카사네 생각보다 능력이 좋네. 그 이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텐데..”
아는 사람이 없다니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게 아닐까. 우타는 한때 카사네나 하나부사 위에 있던 사람이었다. 도중도 아니고 중앙에서 출세 가도를 달리던 사람이다. 게다가 대장 자리는 고작 책략을 잘 짠다고 해서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주술, 혹은 검에 능통해야 한다. 카사네는 목덜미를 쓸었다. 손끝에 묻어 있는 건 피가 아니라 땀이다. 밤바람에 우타의 검 끝에 달린 술이 흔들리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우타는 넉살 좋게 웃었다. 마치 가면을 덧씌운 것 같아 더 꺼림칙했다.
아. 그것마저 책략인가.
“카사네, 같은 곳에 먼저 갔던 선배로서 충고하나 할까?”
“요괴를 조심하라든가. 당신의 이명을 부르지 말라는 거?”
“카사네.... 생각보다 뒤끝 있네. 뭐 그런 것도 있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야 카사네가 또 같은 일을 벌인다면.”
“안 해.”
“만약이야... 만약에 또 한다면 이름만은 빼앗기지 마. 이름을 빼앗길 바엔 차다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날려 요란한 소리를 낸다. 몸을 뒤덮는 한기가 바람인지, 아니면 우타의 살기인지, 카사네는 알 수가 없어졌다.
“카사네는 내 뒷조사도 좀 한 모양인데, 내 진명이 뭔지도 알아?”
“진명? 그거야.........어라...?”
머리에 노이즈라도 끼인 듯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조사서에 우타의 본명이 적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밤이 늦었어. 나 먼저 가볼게. 카사네.”
***
요괴가 이름을 빼앗기면 자기 몸의 주도권을 빼앗겨 꼭두각시가 된다. 그래서 요괴를 사역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이름을 빼앗아 새로운 이름을 덧씌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요괴를 영원히 사역할 수 있게 되니까.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인간이 이름을 빼앗기게 되면-
“■■■■”
우타는 걸음을 멈추었다. 얄미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전달이 되지 않았다. 우타는 이젠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부르지 못하는 것을 입에 담았다. 그것은 자신에게조차 전해지지 않는 말.
그것은, 바로 우타, 자기 자신의 진명-이름-이었다.
인간이 이름을 빼앗기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뭘 하며 살았는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조차도 잊어버리게 된다. 마지막에는 혼마저 잃어버려 텅 빈 인형이 된다.
우타는 그 중간이었다. 겨우 인간을 유지하고 있는 인형.
“쉴 때는 쉬게 해줘. 언제까지 날 부려 먹을 셈이야? 악독한 카라스텐구 같으니!”
“언제까지라니. 당연히 내가 질릴 때까지로 정해져 있잖아.”
“그게 언제인데.”
카라스텐구의 손이 우타의 뺨에 닿았다. 이름만 빼앗기지만 않았어도 곁을 허용하지 않았을 텐데. 우타는 뇌까렸다. 후후후후.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한 웃음이다. 또, 이름을 불렀다. 우타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카라스텐구는 우타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카라스텐구 옷에서는 희미하지만 라면 냄새가 났다. 언제부터 자신을 보고 있었던가 했더니. 쿠즈노하에서부터 줄곧 따라붙고 있었다.
“역시 당신ㅇ.....”
우타의 말은 카라스텐구가 날개를 펴는 소리에 지워지고 말았다. 이윽고 그 모습마저 지워져,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까마귀 깃털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