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모모] 타코야키
2021-06-02 프라이베터에 작성했던 단문
유키가 웃지 않는다. 병실에 들어올 때는 웃고 있던 얼굴이.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일그러져 딱딱하게 굳었다. 아, 유키한테 미안해 죽겠다. 유키의 요리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맛도 있었고, 오랜만에 햄버그라서 좋았는데. 하필 토하는 걸 들켜서는. 시간이라도 한참 지난 다음에 토했으면 몰라. 눈치도 없는 위장! 한창 자괴감에 빠져 있는데 유키가 쟁반을 내밀었다.
오늘도 유키 이케멘.
“.....알아.”
회심의 부부네타가 통하지 않는다. 이거라면 웃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얼굴이 더 굳어 버렸다. 아무리 잘생긴 얼굴이라도 그렇게 인상 쓰고 있으면 복 날아가. 유키.
유키는 대답 대신 식탁을 펼쳤다. 체크무늬가 그려진 쟁반 위에 하얀 그릇과 숟가락이 놓였다. 이렇게 챙겨주지 않아도 되는데 나 때문에 유키가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못해 죽고 싶다. 곧 죽지만.
매 끼니는 아니더라도 하루 한 번 식사를 챙겨주러 병원 오는 거 귀찮을 법도 한데 유키는 매일 병원에 왔다. 보온병에 죽이나 미음을 담아서.
유키 귀찮지 않아? 매일 오기 힘들잖아. 인기 아이돌 스캐쥴은 빡빡하다는 거 모모짱은 잘 안다구.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도 괜찮아. 모모짱은 외로움을 많이 타지만 tv를 키면 유키를 만날 수 있으니까 괜찮다구. 그리고 이런 거 안 만들어도 돼. 모모짱은 유키가 주는 거라면 편의점에 파는 죽이라도 맛있게 먹.. 미안... 유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그냥 반찬 투정한 거야.
오늘은 사과미음 이다. 희멀게서 오늘도 쌀미음인가 했더니. 아주 미미하지만 새콤한 사과향과 단맛이 혓바닥을 스쳐 지나가서 알았다. 어제 모모링 마시고 싶다고 해서 한 건가? 쌀이랑 사과의 조합이라 이상할 줄 알았는데 맛있다. 역시 유키는 못 하는 게 없다. 숟가락을 바삐 움직이자 유키가 제지했다.
“천천히 먹어. 체해.”
정말 미안해 죽겠다.
미음을 다 비우자 유키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속은 괜찮아?”
“아주 맛있었습니다!”
“그걸 물은 게 아니잖아. 모모.”
목소리가 무섭다. 얼굴도 무서워. 말 돌리려는 게 들켰나? 역시 유키는 눈치도 빨라. 이케멘! 속이 조금 이상했지만 늘 그랬던 일이라 괜찮다고 해주었다.
“정말?”
응. 정말이야. 유키는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는다. 이거 늘 그랬던 거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고. 어쩔 수 없다. 모모짱 필살의 개인기로 무마하자. 검지와 엄지를 둥글게 말아 볼 위에 얹었다.
유키, 모모짱 타코야키!
아, 망했다. 타코야키는 둥글둥글 빵빵 해야 하는데 볼살이 제대로 안 모아져서 그런가 둥그런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이래선 다 식어 빠진 타코야키 같잖아.
“.........모모...”
어라?????? 유키, 왜 그래. 왜.. 갑자기 우는 거야. 이거 웃긴 거 아니었어? 유키. 유키.. 제발...
“울지 마.. 유키.. 내가 잘못했어.”
부연설명
모모는 투병 생활로 인해 볼살이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